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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인 차별논란 추가) 아카데미상 오프닝 크리스 락 모놀로그 원문 풀텍스트(88회 시상식의 인종차별 논란과 보이콧에 대한 발언)
    영어 2016. 3. 1. 14:01

    흑인 배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이콧하는 가운데 배우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며 역시 흑인인 크리스 락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로 나왔다.


    누구나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왜 크리스 락은 흑인들의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았지? 그럼 보이콧에 반대하는 건가? 아카데미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오프닝을 시작하며 본인이 사회자 수락한 이유와 흑인배우들의 보이콧에 대한 생각, 헐리웃의 인종차별, 등등 여러가지 소회를 얘기한다.


    헐리웃은 여전히 인종차별적이지만 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후보나 수상비율을 맞추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크리스락은 과연 굉장한 달변가고 촌철살인적인 통찰로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결론내지않으면서 명료하게 보여준다.


    크리스 락이 대단한 점은 이해하기 쉽게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걸 맥락을 자른 성급한 결론이나 주장으로 끝맺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상을 알맞게 설명하고 그 판단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게 둔다.

    물론 그렇다고 본인의 생각을 숨기는 것도 아니다. 극단주의자가 아니고 편협하지 않으며 다양한 생각의 공존을 지지하는 걸 알 수 있다.


    워낙 말을 잘해서 이번 크리스 락의 오스카 시상식 사회자 오프닝 모놀로그는 풀 대본으로 온갖 매체 사이트에 동시다발적으로 실려있었다. 검색하면 셀 수도 없이 풀 스크립트가 쏟아져 나온다.


    기니까 접었다.



    읽어보면 먼저 생각나는 게 영어의 단순한 직설적인 표현이 흑인문화의 수다스러움과 더불어 잘 전달된다. 말에 리듬과 강약이 분명하고 문장은 짧고 명료하고 묘사적이고 활달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깊이가 있다.
    구어체 영어지만 공식석상에서 말하는 영어이기 때문에 속되거나 문법파괴도 아니며 말의 뜻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직접 읽으려면 아래로 거의 똑같음


    et온라인

    뉴욕타임즈



    +추가

    오프닝 부분 편집영상 말고는 방송을 본 게 아니라서 몰랐는데 시상식 중간에 크리스 락과 아카데미 측은 이날 시상을 도우러온 아시아인 어린이 3명에게 비꼬는 말을 했다고 한다.

    크리스 락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많이 실망스러웠다.




    이 발언은 웃겼던 게 크리스 락 자신이 흑인에게 편견을 가진 아카데미를 비판하면서도 사회자 역할을 수락해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입장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리허설도 있었으며  크리스락이 아카데미와 함께 미리 설정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결국 크리스 락과 아카데미 측이 공동으로 아시아인을 비꼰 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 투표를 관리하는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PWC) 회계법인을 상징하는 데 아시아계 어린이만 골라 3명을 쓴 것부터가 인종농담을 하려고 준비된 것이었다. 그리고


     “They sent us their most dedicated, accurate and hard-working representatives,"

    Three kids of Asian descent, dressed in suits and carrying briefcases, walked toward center stage. Following a muted response from the crowd, Rock added: "If anybody’s upset about that joke, just tweet about it on your phone that was also made by these kids."


    "그들이 가장 헌신적이고 정확하고 열심히 일하는 대표자들을 보내왔네요"

    청중들 반응이 찬물상태로 조용하자 수습용으로 던진다는게

    "맘에 안들면 휴대폰으로 트윗하세요 마찬가지로 이 어린이들이 만든 휴대폰으로요 "



    첫번째 문장은 아시아인들이 성실하고 공부를 잘한다는 스테레오타입으로 농담을 한 것인데 이것은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인종문제로 난리난 상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흑인 영화인들은 흑인들이 후보에 없는 걸 비판했지만 아시아인 후보도 하나도 없었다. 라틴계, 미국원주민도 없었다.



    아카데미의 문제는 미국영화 전체 대표성을 잃고 백인위주로 가는 게 문제였다면,  크리스락의 문제점은 실컷 흑인 없는 백인 위주의 영화풍토 욕을 해놓고 자신은 아시아인을 비꼰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영화계에서 몇배는 심한 마이너리티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당하는 편견의 부당성을 실컷 얘기해놓고 자신은 아시아인들을 편견과 조롱으로 농담했다.


    흑인들이 일상에서 당하는 차별은 생존수준에서 아시아인들보다 크고,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 가지는 높은 성취 (백인들을 압도하기 때문에 서해안 대학교들에서는 아시아인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흑인들의 아시아인 스테리오타입에는 선망과 편견이 뒤섞여있다.

    이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코미디의 대상으로 가끔있는 인종별 스테리오 타입 농담에 아시아인의 학업성취도, 고수익전문직업 등과 관련된 개인적 농담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같은 방식으로 가벼운 흑인 스테레오 타입, 백인 스테레오타입도 개인 수준의 농담에 엄청나게 많으며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회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곳에서 시상식을 개최하는 당국과 시상식을 대표하는 사회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설정과 발언이었다. 아시아인들이 공부를 잘한다 회계사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아시아인 후보도 한명도 없는 곳에서 미래의 회사노예라는 뜻을 섞어 (dedicated, hard-working) 농담거리로 아시아계 어린이들을 갖다놓고 하는 게 말이되는가?



    그리고 다음 말은 진짜 하면 안 될 말이었다. 아시아계라고 해도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이들인데 관계도 없는 일부 아시아의 아동노동을 조롱하는 농담을 한 것이다. 미국 흑인들에게 아프리카 국가 관련 조롱을 했다면 어찌됐을까? 청중의 침묵을 수습한다는 게 무덤을 판 게 되었다.



    이것은 자기 상처는 아프다고 실컷 말해놓고 남을 패는 일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고 아카데미는 아무말도 없이 버티고 있다가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3주나 지나서 뒤늦게 사과했다.



    Chris Rock's Oscars joke about Asian American accountants stirs outrage (LA TImes)

    Chris Rock’s Asian Joke at Oscars Provokes Backlash (New York Times)

    Academy apologizes for Chris Rock's jokes about Asians (cnn)


    크리스 락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에서도 인종문제를 흑백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왔는데 이것은 바뀌어야 한다. 최근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어쩌면 아시아인 인종농담은 성실성 높은 대학진학율 좋은 성적과 사회적 성공 등 굳이 번역하자면 회사노예 범생 찐따 같은 덜 공격적인 조롱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쉽게 하는지도 모른다.

    흑인들 스테레오 타입은 대부분 범죄나 빈곤 등과 관련되어 있어서 심각성의 차이가 크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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