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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이 뭔지 생각해 봤다.
    경제와 세계/재테크 2015. 6. 1. 23:57

    최근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뭔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이상 경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게 토끼 잡고 과일 따먹는 식의 아주 단순하고 1차적인 생산과 소비뿐이라고 해도 경제다. 그러니 금융이 없이도 경제는 있어왔다. 한없이 옛날부터 경제가 존재했고 어떤 사회가 오더라도 존재한다. 실물을 빌려주고 받아도 이자가 없다면 금융없는 경제니까. 금융은 없을 수도 있었다. 금융은 발명된 것이나 같다.



    금융의 역사라고 하면 어떤 책을 봐도 보통 대금업자가 생긴 르네상스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전에 금융업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 고대세계의 금융에 대해 다뤄지기도 한다. 어쨌든 본격적인 금융업이 시작된 것은 보통 그쯤으로 본다. 이것은 당시 상업이 발달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던 금융업이 더 크게 융성한 건 원거리 무역과 그 이후 식민지 정복경쟁이 시작될때부터다.  상업이 더 크게 발달하면서 거기에 맞춰 돈의 흐름도 더 크고 다양해지니 금융의 필요성이 더 커진 거다



    가장 기본적인 빌리고 갚는 것이란 돈의 수수가 시간차를 두고 이어지는 것이다. 돈의 수수에 시간차를 두면서 떼이는 위험을 갖게 되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값 즉 이자를 붙인다. 돈을 시간차로 빌려줬다 돌려받는 것도 위험값 이자를 받는 것이고, 물건을 먼저 줬는데 대금을 나중에 받을 땐 더 붙여 받는 것도 위험값 이자를 받는 것이다.


    이보다 위험이 급작스럽게 커지는 경우는 위험이 큰 만큼 성공시 이익이 클 때다. 향신료 무역이 활발해지고 식민지에서 물자를 가져오기 위해 위험한 원거리 항해를 해야했을 때다. 위험이 급격히 커진 사업이란 결국 대박기회가 큰 사업이 가능해진 대항해시대 이후에 생겼다. 이런 큰 위험은 공동 출자해서 위험을 공동으로 분배한 뒤 그 위험의 대가도 공동으로 나눠받는 주식회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 금융이란 결국 위험에 값을 매기고 위험을 사고 파는 행위가 아닐까? 시간에 따른 가치하락 위험이든 떼일 위험이든, 재수없이 배가 침몰할 위험이든 그 위험을 어느 정도일 거라고 예상한 뒤 그 위험(또는 위험이 주는 효익)을 가치를 매겨 나누거나 팔고 사는 것이다.


    그럼 금융은 위험을 사려는 수요 즉 보장되지 않은 효익을 사려는 수요가 있어서 발달한 것이다. 자급자족 안정된 농촌사회에서 보장되지 않은 효익을 사려는 수요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상업행위, 실물시장 발달이 먼저 있어야 된다. 상업이 충분히 발달하려면 노력과 자원이 드는 물자의 공간 이동을 원하는 실물 수요도 충분히 커야하고  물자의 이동이 가능한 교통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금융은 실물에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 실물수요는  인구사회조건 등에 좌우되고, 인구 사회 조건은 정치 등에 좌우될 수 있다. 즉 금융의 역사는 실물 경제의 역사와 엮일 수 밖에 없고 실물 경제의 역사는 어떤 사회구조가 특정 경제적 상황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사회의 역사와 엮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몸부림쳐도 금융은 자기완결논리를 이룰 수가 없다. 철저히 실물흐름과 사회환경에 의존적이다. 그러니 수리적으로 모델링한 게 실제와 안 맞는 경우가 맞는 경우보다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 안 맞는 게 규모가 크거나 도덕적 해이 등과 결합되면 재난급 금융위기나 파탄이 일어난다.



    과거 파생상품의 난무가 경제를 파탄내었다는 실패사례만 봐도 확실하다. 경제를 통제된 조건의 수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경제는 모델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역사적 사회적 현상이다.



    그래서 소수 비밀스럽 집단이 세계경제와 금융을 쥐고 흔든다는 음모론은 망상에 가깝지만, 금융이  권력관계의 영향을 받는 산물인 것은 맞다고 본다.


    시장참여자들이 각자 원자처럼 움직이는 시장은 다른 실물 시장에도 거의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선 아마 더 불가능할 것이다. 남이 1등 뽑는 걸 뽑아야 우승자를 맞출 수 있다는 말처럼 다른 참여자의 행동을 모방하느냐 아니냐가 중대한 의미가 있는 세계인데 어떻게 원자같은 움직임을 기대할 수 있겠나? 다른 어떤 것보다도  금융경제는 현상과 참여자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객관적 관찰이 불가능하다. 예측행위 자체가 실현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 관찰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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